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이탈리아 여행기 10. 카프리(Capri) 섬

카프리(Capri) 섬.

이탈리아 남부쪽에 위치해 있으며 소렌토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나 나폴리에서 가는 페리도 많이 있어 나폴리 근처 관광지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대표 사진으로 카프리 섬 항구인 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에서의 모습.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 가는 페리는 나폴리 항 중 몇 군데가 있는데 그 중 누오보성 바로 앞에 있는 몰로 베베렐로(Molo Beverello) 항에 가장 많이 있다.

구글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그 옆 항인 Molo Immacolatella Vecchia에서 노선이 그려져 있어 거기를 먼저 갔었는데, 페리가 있긴 했으나 자주 있지 않아서 Molo Beverello항에서 페리를 탔다. 즉, 나폴리에서 카프리를 가고자 한다면 Molo Beverello 항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Molo Beverello 티켓 오피스 모습. 길가에 위치해 있다. 이곳 이외에도 항 안쪽에 티켓을 파는 곳이 있다. 

페리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다. 

카프리 가는 페리 티켓. 가격은 23유로

카프리행 페리.

 

나폴리에서 카프리 섬까지 50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런데 카프리 여행 난관이 지금부터 시작됐다.

난관이 시작된 이유는 카프리 섬 내의 교통 때문이었는데, 카프리섬은 카프리아나카프리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두 곳 모두 산 위쪽에 위치해 있으며 카프리섬 항구인 마리나 그란데에서 카프리 또는 아나 카프리로 가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먼저 마리나 그란데 -> 카프리로 가는 방법은 버스, 푸니큘라, 택시가 있고(체력이 된다면 걸어서 갈 수도...)

마리나 그란데 -> 아나 카프리로 가는 방법은 버스와 택시가 있다. (여긴 걸어서 못 간다.)

문제는 이 대중교통들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에 충분하지가 않다는 거다.

특히 마리나 그란데 -> 아나 카프리로 바로 가는 버스는 1시간에 1대밖에 없는 데다가 버스 크기도 미니버스라서 아나카프리로 바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택시도 혼자 타고 가기에 너무 비용이 비싼데다가 택시 수도 부족해서 그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 마리나 그란데 -> 카프리로 먼저 간 다음 카프리 -> 아나 카프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관광객 대비 교통수단을 마련해 놓지 않은 당국에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가뜩이나 날씨도 좋지 않았는데 이동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여행은 즐기지는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돈만 밝히고 있는 상술 때문에 카프리 여행은 대 실망이었다.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그런데 택시는 안 보인다. 택시 타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마리나 그란데 버스 정류장에서 카프리 또는 아나 카프리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

줄을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나카프리로 가는 사람들인데 버스는 미니 버스가 1시간에 1대꼴로 다닌다. 저 정도 줄이면 3~4시간은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다.

다만 앞에 자세히 보면 AUTOBUS라고 적인 천막 아래 표지판이 두 개가 있는데 왼쪽 줄은 아나카프리로 가는 줄이고 오른쪽 줄은 카프리로 가는 줄인데 카프리로 가는 줄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해서 아나카프리가 아니라 카프리로 갈 예정이라면 줄을 잘못서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자.

아나카프리행 버스 시간표. 매 정시에 1대씩 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시간도 정확하지 않다.

옆에 보면 버스 시간표가 하나 더 있는데 이는 카프리행 버스 시간표다. 그래도 한 시간에 몇 대씩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버스 정류장 옆 작은 해변.

 

결국 아나카프리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타는 건 불가능해 보여서 카프리행 버스를 탔고, 카프리에서 다시 아나카프리로 가 보기로 했다. 카프리행 버스 안 모습. 카프리섬에서 운행하는 버스로 마을 버스 정도의 크기다.

일단 15분 정도 걸려서 카프리에 도착. 여기서 아나 카프리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 본다.

카프리에서 아나 카프리로 가는 버스는 20분마다 한 대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문제는 이 버스 역시 만원이라는 거다. 카프리에서 아나카프리로 가는 버스의 출발점이 푸니큘라가 있는 곳인데 마리나 그란데에서 푸니큘라를 이용해 올라온 사람들이 먼저 타고 오기 때문에 이미 만원인 상태에서 대부분 출발하게 된다.

결국 버스 2대를 보내고 나서야 간신히 아나카프리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결국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자 한다면 마리나 그란데에서 푸니큘라를 이용해 카프리로 이동한 다음 다시 아나카프리행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푸니큘라도 대기줄이 꽤 된다.

 

카프리에 올라 바라본 풍경들. 아래 사진들에서 보이듯이 카프리는 낮은 산 등성이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된다. 당시 산 위쪽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ㅜㅡ.

아나카프리를 가는 가장 큰 이유가 Monte Solaro 전망대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기 위함인데 Monte Solaro 전망대가 있는 산정상 부근이 구름이 껴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카프리에서 아나카프리쪽을 바라보며 한 컷. 자세히 보면 절벽 오른쪽 끝(사진 중앙 부분)에 도로가 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도로가 아나카프리로 가는 길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나카프리에 도착해서 몬테 솔라로에 올라 보기로 했다. 여전히 산 위에는 구름이 많이 껴 있어서 전망대에 갈지 말지 고민하기는 했으나 전망대 오르는 것이 아니면 딱히 할게 없었기에 그냥 올라가 보기로 했다.

카프리 섬에서의 주 관광지 중 하나인 몬테 솔라로(Monte Solaro) 전망대 티켓.

이렇게 1인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일반 주택 위를 지나게 되어 있는 것도 조금 신기하다.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되는 듯...

리프트를 타고 가며 바라본 모습. 그래도 해안가 쪽은 구름이 많지 않아 해안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수록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ㅠㅜ

몬테 솔라로 전망대 모습.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아래쪽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행여 시간이 지나면 구름이 걷힐까 싶어 차 한잔 하며 기다렸지만 구름이 걷힐 기미가 안 보여서 그냥 내려오게 됐다.

간간이 구름사이로 아래쪽 마을이 보이는 정도.. 

결국 전망대에서는 경치 구경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내려오면서 그냥 몇 컷.

전망대에서 내려온 후 아나카프리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때우고 바로 카프리로 넘어왔다. 카프리로 넘어오는 버스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계로 버스 1대를 보내고 나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카프리로 넘어와서 마리나 그란데로 내려가야 하는데 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걸어보기로 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골목을 누비며 걸어 내려오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카프리에서 마리나 그란데로 걸어 내려오며 담은 풍경들...

내릭막길이라서 인지 20분 만에 마리나 그란데까지 내려왔다. 반대로 올라가는 건 경사가 좀 있는 편이라 걸어 올라가기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걸어서 올라 가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카프리 섬까지 힘들게 왔는데 막상 와서 한 게 없었던 탓에 별 생각이 없었던 블루 케이브를 가 보기로 했다. 매표소에 문의해 보니 막타임 하나가 남았다고 한다.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그거라도 하나 보고 가자는 마음에 표를 끊었다. 여기서도 상술 때문에 열 받았던 것이 블루 케이브 입구까지 가는 비용 따로(17유로) 다시 블루 케이브 안으로 들어가는 비용(14유로) 따로라는 거다. --;;

블루 케이브 가는 길에 몇 컷.

 

블루 케이브 입구. 입구가 아주 좁아 작은 배만 들어갈 수 있는데 저 배를 타고 안에 잠깐 갔다 오는 비용이 인당 14유로다. 

블루 케이브 안에서의 모습. 햇빛이 저 좁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데 바닷물 색깔이 파랗게 보이게 된다. 해서 블루 케이브란 이름이 붙여져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여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비슷한 조건만 가지면 저렇게 보일 수 있어서 세계에서 각지에 이런 곳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알고 가서인지 감흥은 그리 크지 않았다. 31유로나 주고 갈 만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 케이브 입장료 받는 곳.

블루 케이브를 갔다가 아쉬운 마음에 카프리 섬 해변에서 잠깐 수영을 즐기고 다시 나폴리로 돌아왔다. 카프리 여행 소감을 말한다면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곳이 아닐까 싶다. 그리스 미코노스 섬, 산토리니 섬을 여행하면서도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그래도 거기서는 돈을 지불하는 만큼 여행을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 카프리에서는 돈만 낭비하고 왔다는 생각이 든 유일한 곳이었다. 

아무튼 이쯤으로 카프리 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